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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배유현은 윤채원이 건넨 오렌지를 넘겨받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놓으려 하자 그는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입으로 오렌지를 베어 물었다. 배유현의 입술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치며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전해졌다. 윤채원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손을 급히 뺐다. 그녀의 시선이 배유현을 향하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오렌지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저절로 또 하나를 집어 먹었다. 방금 그 순간은 마치 윤채원의 착각인 것 같았지만, 손끝에는 여전히 그 촉촉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윤채원은 그 느낌이 결코 착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윤아린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작은 의자에 앉은 아이는 배유현을 보려 했지만 시선이 윤채원에 의해 가려지자 테이블 위에 있던 책가방을 보며 말했다. “윤호 아저씨, 선물해 주신 책가방 고마워요.” 장윤호는 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윤채원이 배유현에게 건넨 오렌지를 배유현이 입에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보는 각도 탓인지 특별히 다정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이가 꽤 좋아 보인다고 느꼈다. 배유현의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본 장윤호는 윤채원이 평범한 사람임에도 이렇게 돈 많은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윤채원의 성격과 미모가 마음에 들었고 전통적인 가치관 탓에 미래의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진정숙과 카드 게임 친구인 장 아주머니도 윤채원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장윤호는 이미 결혼 적령기였고 가끔 윤채원이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장 아주머니의 말대로 윤채원 처럼 매력적인 여자는 이혼하지 않았다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아린이가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네.” 장윤호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저씨가 케이크도 사 왔는데 먹을래?” “고마워요, 아저씨.” 사실 윤아린은 이미 케이크를 많이 먹었지만 장윤호가 준비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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