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배유현은 엄지손가락으로 수도꼭지를 누른 채로 있었고 윤채원이 달려와 밸브를 잠갔다.
배유현은 물론이고 윤채원 역시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 괜찮아요?”
그녀는 선반에서 수건을 집어 무심코 내밀었다.
배유현은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으면서 그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그녀에게서 풍기는 향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얼굴을 닦고 수건을 잡은 채, 어색하게 몇 초간 멍하니 서 있었다.
수건은 연분홍색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웠다.
배유현은 더 이상 학교에 다니는 철부지가 아니었고 여자를 만나본 경험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경멸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냥 여자 집에 있는 수건 하나 쓴다고 이렇게까지?’
그의 몸은 생각과는 달리 솔직하게 반응했다.
윤채원이 화장실에서 나가자 그의 목과 귓불 주변이 잠깐 붉게 달아오르며 핏기가 얼굴로 치밀었다.
배유현은 셔츠에 묻은 물기를 닦으려 했지만 녹물이 섞인 더러운 얼룩이 번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수건을 내려놓고 셔츠를 벗어 옆에 내팽개쳤다.
그때 마침 윤채원이 검은 반팔을 들고 다가왔다.
그녀가 화장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시선이 문득 그의 선명한 복근에 닿았다.
윤채원은 본능적으로 문 앞에 멈춰 서서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반팔을 건넸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 끝에 스치듯 들어온 것은 그의 복근이었다.
배유현은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하는 듯 단단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근육이 드러나 있었고, 하얗고 매끈한 피부 위로 호흡할 때마다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윤채원은 시선을 거실 쪽에 두고 말했다.
“이 옷은... 일단 먼저 입으세요. 집에 다른 옷은 없고, 사이즈도 맞을 거예요.”
그녀가 건넨 옷은 진도준의 것이었다.
진정숙 집 옷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마치 이 집에도 남자가 있는 듯 꾸며두기 위해 걸어두었던 옷이었다.
아마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녀로서는 그렇게라도 해야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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