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배유현처럼 부유한 집에서 자란 사람에게 이 정도 가격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윤채원의 부드럽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유현 씨,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 만약 당신이 성적 요구를 채우고 싶은 거라면 사람 잘못 찾으신 것 같네요. 저는 그 기준에 맞지 않으니 제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아주세요.”
윤채원은 말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배유현같이 오만하고 고귀한 사람은 몇 번이고 거절당하면 더 이상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대로 전화기 너머에서는 길고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윤채원의 심장을 더욱 세게 누르는 듯했다.
“윤채원 씨, 제가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몇 차례 반복되는 거절은 어느 남자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배유현이었고,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감히 배씨 가문 넷째 도련님을 이렇게 대했던 적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남보다 위에 있는 존재였다.
배유현의 눈에 윤채원은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있는 여자였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가라앉았다.
전화기 너머로도 윤채원은 그가 화가 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윤채원은 창밖 어둠 속에서 짙은 먹물 같은 하늘에 걸린 초승달과 희미한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한참 서로의 숨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윤채원이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가 끝난 후, 그녀는 자신이 확실하게 말하고 거절했으니 이 일은 이제 진짜로 끝났음을 알았다.
보석 왕관은 윤아린한테 준 선물이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녀는 밤새 생각하며 밤을 설쳤고 이튿날 결국 왕관을 잘 포장하고 택배를 불러 배유현의 집으로 보냈다.
책가방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배유현이 택배를 받은 시간은 이미 저녁이었다.
관리인이 배유현에게 집 앞에 택배가 도착했다고 알렸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는 마침 택배박스를 보았고 윤 이라는 글자가 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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