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배유현은 윤채원이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듯했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경적을 눌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앞길은 완전히 막혀있었고 모든 차가 거북이처럼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다.
배유현은 차창을 열어 팔을 걸친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옅은 청백색 담배 연기가 퍼지면서 시야를 흐리게 했지만 그 안에서도 윤채원의 모습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그가 있는 곳과 버스 정류장 사이에는 차 몇 대가 있었다.
오늘 윤채원은 파란색 코트를 입고 목에는 베이지색 목수건을 두르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옆에 선 낯선 남자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이십 분쯤 지났을 때 길이 서서히 뚫리기 시작했다.
차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자 배유현은 그녀가 옆에 있던 남자와 함께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 버스는 바로 배유현의 차 앞에 멈춰 있던 것이었다.
버스는 천천히 두어 블록을 지나더니 BRT 차선으로 들어서며 그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다.
배유현은 방향을 틀어 병원 쪽으로 향했다.
점심때가 가까워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곧장 소아외과로 향했다.
12시가 넘었는데도 2 진료실의 이재훈은 여전히 추가 진료 중이었다.
그는 20분가량을 기다리다 의사가 정리하는 틈을 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이재훈은 다소 놀란 눈치였다.
흉부외과의 스타 의사인 배유현이 자신의 진료실을 찾을 줄은 생각도 못 한 것이다.
이재훈은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배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소문에 따르면 배유현은 명문가 출신이며 공적이 높은 옛 사령관의 외손자라고 했다.
송주시에 소문난 배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으로 그는 태생부터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고 명문가의 모든 타이틀을 한 몸에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겉보기엔 언제나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말수도 적고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었다.
이재훈은 평소에 그와 거의 교류가 없었기에 진료실을 직접 찾아온 것이 뜻밖이었다.
“어제 오후, 윤아린이라는 환자가 여기서 진료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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