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휴대폰이 한 번 진동했다.
배유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남자가 당신을 도와줬다고 해서 꼭 밥을 사야 해요?]
[아니면요?]
그녀는 단 네 글자만 보내고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 딸기를 조심스레 물에 담갔다.
그 짧은 순간에도 또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게 윤채원 씨가 남자 꼬시는 방법이에요? 집까지 바래다줬다고 그 이유 하나로 밥을 사주는 건가요?]
그녀는 핸드폰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배유현은 이를 악문 채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고 단단히 다문 턱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안 될 건 없잖아요?]
그녀는 그저 순수하게 되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윤채원이 보낸 그 짧고 무심한 한 문장은 마침 교차로에 멈춰 선 배유현의 차 안으로 찬바람처럼 스며들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들었다.
한입 베어 문 사과의 한쪽은 푸르게 멍들어 있었다.
[남편이 집에 없는 틈에 외로워서 바람피울 생각이라면 적어도 수준은 좀 가려가면서 하죠.]
그 몇 줄의 문장, 특히 ‘바람’이라는 단어 두 글자를 본 순간, 윤채원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말도 안 되는 오해였지만 그 오해 자체가 무례했고 불쾌했다.
당장 차단할까 고민했지만 그녀는 간신히 참아냈다.
이 남자, 요즘 정말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예전엔 아무리 별나도 그건 어디까지나 침대 위에서 한정되었지만 요즘은 점점 더 선을 넘고 있었다.
그때, 만둣집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까 그 손님분이 만두 열 팩 들고 가셨어요. 윤채원 씨 이름으로 달아놓으라 해서 알려드려요.]
윤채원은 씻어둔 딸기를 한입 베어 물며 묵묵히 계좌이체를 완료했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돼지세요?]
10분 후, 짧고도 단단한 어조의 답장이 도착했다.
[남 말할 처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어느새, 송주시는 1월의 찬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기온은 뚝 떨어졌고 낮엔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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