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26화

차서준은 왠지 모르게 예전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그렇게 하면 윤채원과 자신 사이에 공통의 추억이나 이야깃거리가 더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때 채원 씨 턱에 살이 좀 올라서... 되게 귀여웠었어요.” 순간, 윤채원의 머리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무심코 시선을 돌려 다가오는 배유현을 바라봤지만 그가 이 말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차서준 씨!” 그녀의 목소리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아까 만두 한 팩 샀거든요. 가서 예원이랑 같이 드세요.” “고마워요. 윤채원 씨도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살아요?” “네. 시어머니 댁이에요.” 윤채원은 침착한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진정숙의 집에 머무는 건 여러모로 불필요한 상황을 줄여주었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차서준의 표정은 뚜렷하게 굳어졌다. 그는 사실, 예전에 슬쩍 그녀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같은 빌딩에서 일하며 식사 후 나눈 짧은 대화 속에서 윤채원이 딸을 혼자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시댁이라고? 그럼 이혼을 안 한 건가?’ 차서준은 어색하게 코끝을 문질렀고 그사이 윤채원은 말없이 웃으며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윤아린은 엄마와 함께 돌아서면서 차서준의 등 뒤에 서 있던 배유현을 향해 입 모양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차서준의 시선이 천천히 배유현을 향했다. 깔끔한 옷차림, 잘 닦인 구두, 손목에 찬 시계까지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절제된 디자인의 시계였지만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그 고급스러움을 알아챌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배유현이라는 남자 자체의 분위기에서 묘한 압도감이 느껴졌다. 태생부터 귀족적인 인상이 강했다. 변호사 일을 하며 수많은 부유한 고객을 만나봤지만 이런 분위기를 가진 남자는 드물었다. “혹시 윤채원 씨랑 아는 사이세요?” 차서준이 물었지만 배유현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 “잘 모릅니다.” 차서준은 그 대답을 그대로 믿었다. 이런 배경의 남자가 윤채원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리 없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