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윤채원이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자신이 보내는 시선에 전혀 위협이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녀의 그런 반응은 오히려 겉보기엔 냉담하고 무심한 이 남자의 깊은 곳에 감춰진 장난기를 더 자극할 뿐이었다.
그때, 차예원의 젓가락이 탁자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는 얼른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테이블 밑을 들여다보던 차예원이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이 아저씨, 아까 이모 다리에 발 닿았어요.”
말투는 또박또박했고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마치 학교에서 감정을 넣어 낭독하듯 정확했다.
그 소리에 윤아린도 고개를 숙여 테이블 아래를 보려 했지만 윤채원이 재빨리 딸아이의 덜미를 살짝 붙잡아 멈춰 세웠다.
그리고 그 순간, 윤채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얇은 피부는 얼굴에서부터 목, 귀끝까지 걷잡을 수 없이 붉어졌고 그녀는 마치 얼굴을 그릇 속에 파묻을 기세였다.
반면, 배유현의 표정엔 티끌만큼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해요.”
비록 사과의 말이었지만 그 안엔 진짜 미안함이란 감정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윤채원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볼 안쪽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당황스러움과 열기가 겹쳐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차서준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배유현과 윤채원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딘가 묘하게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짚어내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애써 웃으며 딸에게 말했다.
“예원아, 얼른 밥 먹자.”
밤 7시 40분.
식사를 마친 차서준은 딸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가기 전, 그는 윤아린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은 영화 못 봤네. 예원이도 아쉽대. 내일은 아저씨가 너희 데리러 올게. 같이 영화 보러 가자, 어때?”
윤아린은 그 말에 엄마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윤채원의 마음속엔 이미 선을 그은 상태였고 그녀는 더 이상 차서준과 업무 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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