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겨울옷은 아무리 두툼해도 그 안으로 전해지는 감각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아주 미세한 마찰이 마치 전류처럼 스며들어 왔고 그 자극은 서서히 전신의 신경을 따라 퍼지며 윤채원의 몸을 반사적으로 굳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어 마주 앉은 남자를 노려봤지만 그의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차가운 이목구비는 여전히 무심했고 그는 조용히 국 한 모금을 들이켰다가 약간 눈살만 찌푸렸을 뿐이었다.
마치 고요한 호수처럼 그 얼굴엔 단 하나의 파동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냉정한 얼굴 아래, 이 식탁 아래에서 얼마나 노골적이고 불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윤채원은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의자를 밀었지만 좁은 식당 안에선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었다.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도 등 뒤로 식사 중이던 손님과 부딪혔고 결국 그녀는 체념한 듯 몸을 도로 세웠다.
그 사이, 테이블 아래의 남자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결코 얌전하지는 않았다.
검은색 구두가 그녀의 다리를 스치고 마치 우연을 가장한 듯, 그러나 너무도 명확하게 의도된 방식으로 슬쩍슬쩍 닿아왔다.
윤채원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고 그 표정을 눈치챈 차서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일 때문에 많이 놀랐죠? 사실 우리 건물 엘리베이터 점검은 자주 하는 편이에요. 저도 4년째 일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윤채원은 억지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제가 운이 없었나 봐요. 그래도 다행히 수리 기사님이 금방 와주셔서...”
하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두려웠던 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아니었다.
혹여라도 윤아린을 찾지 못하게 될까 봐 그게 훨씬 더 무서웠다.
두 아이는 금세 배가 찼는지 조용히 귓속말을 나누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저도 매일 딸아이 데리러 오거든요. 다음에 바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대신 데려다줄 수도 있어요. 저희 집도 근처예요, 다온채 아파트에 살아요.”
윤채원은 예의 바르게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테이블 아래서 남자의 다리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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