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윤채원은 병실 복도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여러 병상을 지나 딸아이의 침대에 이르자, 간병 의자에 앉아 있는 배유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앞에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 많으셨어요. 근무 중에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러나 배유현은 말없이 앉아 있을 뿐, 여전히 뚱한 얼굴로 있었다.
윤채원은 침대 곁 의자에 조용히 앉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윤채원 씨.”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도준 씨는 언제 온대요?”
윤채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근에 연구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여기까지 비행만 해도 왕복 40시간이라, 게다가 곧 연말 휴가철이라서 지금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배유현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그러니까 못 온다는 거네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그녀는 병실 한쪽에서 진도준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진정숙은 사고로 인해 일시적인 시야 장애와 함께 꼬리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설명에 따르면 눈 수술은 내일 진행할 예정이고 꼬리뼈는 수술 없이 안정을 취하면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앞으로 한 달 정도는 가족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내려졌다.
진도준은 올해 연구 성과가 뛰어나 핵심 프로젝트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전화로도 여러 번 윤아린의 상태를 걱정하며 물어왔다.
사실 윤채원은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어제저녁, 진정숙이 윤아린을 데리러 가는 길에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진도준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원래 아린이를 손녀처럼 아꼈잖아요. 만약 아린이가 없었다면 홀로 지내는 날들이 훨씬 더 외로웠을 거예요.”
진도준은 윤채원에게 돈을 보내며 간병인을 고용하라고 했고 자신은 지금 당장은 귀국이 어렵지만 설날에는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을 들은 진정숙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배유현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감정이 뭔지, 그조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