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윤채원은 윤아린을 품에 안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입원한 지 사흘째, 가방 안엔 옷 몇 벌과 생필품이 전부였지만 팔에 걸고 들기엔 제법 묵직했다.
여섯 살 아린이는 몸무게가 특별히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참 자라는 나이였기에 아이를 안은 채 멀리까지 걷는 일은 점점 버거워졌다.
병원은 넓었고 윤채원은 평소 저혈당 증세가 있어 오래 걸으면 금세 숨이 차곤 했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던 아린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배유현 아저씨 되게 유치해요. 어젯밤에 병실에 와서 나한테 몰래 밀크티 사주고는 엄마한테 말하지 말래요.”
윤채원은 아이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리며 가볍게 웃었다.
“어쩐지 오늘 안아보니까 엄청 무거워졌더라. 우리 아린이, 살쪄서 돼지 공주 될 것 같은데?”
“나 돼지 아니에요!”
윤아린이가 볼을 부풀리며 발끈했다.
병원 1층 로비를 지나던 윤채원의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휠체어를 빌리고 싶었지만 병원 외부까지 가져갈 수 없었기에 그녀는 이내 체념했다.
몇 걸음 더 나아가려는 순간, 윤채원의 팔에서 무게가 훅 가벼워졌다. 등 뒤로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고 그녀가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배유현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윤아린을 번쩍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론 윤채원의 팔에 걸려 있던 가방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윤채원의 몸이 휘청이며 한 발 앞으로 비틀거렸다.
아린이를 품에 안은 채 짐가방까지 든 배유현은 말 한마디 없이 빠르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고 윤채원은 당황한 얼굴로 그의 등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뒤따랐다.
그가 몰고 온 차는 병원 입구에 대기 중이었다. 배유현은 뒷좌석 문을 열고 아이를 조심스레 태운 뒤 문을 닫고 아무 말 없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조용히 차 문을 닫고 탑승한 윤채원이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그는 아무 설명도 없이 조용히 출발했다.
가는 내내 배유현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앞만 바라본 채 운전에 집중했고 차 안은 숨소리조차 들릴 듯 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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