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화
주방 안.
윤채원은 주전자 속 물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출렁이는 물결은 마치 가라앉지 못한 그녀의 마음처럼 위태롭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과일을 깨끗이 씻은 뒤, 사과와 오렌지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고 물컵을 들어 거실로 나왔다.
그러나 배유현은 거실에 없었다. 그는 작은 베란다에 나가 있었고 윤채원이 정성스레 키우던 다육식물 중 노랗게 변한 잎과 이미 말라 죽어버린 선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아이 방 앞에는 두 마리의 개가 나란히 누운 채 깁스를 한 윤아린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윤아린은 병원에서 퇴원하긴 했지만 여전히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고 발의 상처는 며칠 뒤 실밥을 제거한 후에야 디딜 수 있었다.
윤채원은 조심히 아이를 안아 침실로 옮기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엄마, 아저씨랑 또 싸울 거예요?”
“안 싸워.”
윤채원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좋은가 보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아린이 보러 오라고 할게. 괜찮지?”
“정말이에요?”
딸아이의 눈동자에 번뜩인 놀람과 기쁨을 마주하며 윤채원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부녀 사이의 신비로운 유대감을 느끼며 윤채원은 차라리 이곳을 떠나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 함께한 기억이라도 남겨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윤아린이는 줄곧 배유현의 어깨에 기대 있었다. 그 넓고 따뜻한 어깨는 누가 보아도 아버지의 품처럼 다정하고 포근했다.
이번 예기치 못한 사고는 윤채원에게 많은 걸 일깨워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미 마음을 굳혔다.
윤아린의 수술이 끝나고 이번 설날을 진정숙의 집에서 보낸 뒤, 아이를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윤채원은 태어나 단 한 번도 친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고 모정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 그 대신 그녀에게는 자신을 아끼고 지켜준 외할머니가 있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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