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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윤채원 씨, 누구에 대해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옥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고등학교 때, 도련님 반에 성다희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혹시 아십니까?” 윤채원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끓고 있는 주전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성다희요?” “맞아요, 그 이름이에요.” 안옥정은 제대로 짚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학교 동창에 그것도 옆 반이었다면 분명 무언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윤채원 씨, 그 성다희라는 사람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학생이었는지, 혹시 사진 같은 건 없습니까?” 도련님의 과거 연애사에서 단 한 번 언급된 이름이었기에 안옥정은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었다. 윤채원은 사과를 씻어 조용히 잘랐다. “성다희는 뚱뚱했고 예쁘지도 않았고 말도 별로 없었어요. 친구들이 별명을 붙여 놀렸죠. 뚱돼지, 물통, 꽃뱀... 이런 식으로요.” 그녀는 사과를 한 조각 더 자르며 덧붙였다. “좀 어리숙하고 재능도 없었지만 노력은 했어요. 그래서 성적은 나쁘지 않았어요. 친구도 거의 없었고 늘 혼자였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어딘가 자신을 말하는 듯한 냉정함이 스며 있었다. 안옥정은 혀를 찼다. “아이고, 세상에. 어쩌면 아이들이 참 나빴네요. 남 험담하고 별명 붙이는 애들이 꼭 있지.” 윤채원은 말없이 사과 한 조각을 안옥정에게 건넸다. 과일 접시를 들고 거실로 나가자 늦은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후 다섯 시경, 윤채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 ‘배유현’이었다. 그녀가 전화받자 낮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엄마 거기 계시죠?” “네.” “제가 좀 있다가 모시러 갈게요.”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무심한 어조로 덧붙였다. “폐를 끼쳤네요.” “아니에요.” 윤채원은 그 말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그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아침의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묘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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