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화
배유현이 막 차를 몰고 떠나려던 순간, 도시연이 조심스레 뒷좌석 문을 열었다.
“잠깐만, 나도 같은 방향이야.”
배성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시연이 좀 데려다 줘.”
배유현은 내키지 않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도시연의 할아버지는 어르신의 오래된 부하였고 명절마다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였다. 괜히 관계를 틀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차갑게 내뱉은 그의 말에도 배성준은 무심히 손을 저었다.
도시연은 조심스레 차에 올라타 주변을 둘러봤다.
“오빠, 왜 더 좋은 차 안 타고 다녀?”
배유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도시연은 괜히 침을 삼켰다. 그러다 문득 배소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배유현은 누구에게나 차갑고 가족에게조차 벽이 있는 사람. 그래서 자신에게 이렇게 무심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는 늘 냉정했고 이번에 귀국한 조카에게조차 온기 없는 사람이었다.
배소영은 그럴 때마다 도시연을 위로해줬다.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인생이란 모르는 법이야.’
하지만 도시연도 알고 있었다.
배유현 같은 집안에서는 감정보다 정략결혼이 먼저라는 걸.
배유현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룸미러 너머로 그녀를 흘끗 봤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여자였다. 말은커녕, 함께 있는 공기마저 숨 막히게 답답했다.
차는 곧 ‘주야’ 앞에 멈췄고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배유현은 차에서 내려 검은 옷의 보안요원에게 키를 건넸다.
건장한 체격과 날카로운 눈빛, 명성진이 고액으로 고용한 경호 인력이었다.
그는 명성진의 검은 코니세그를 빼내고 대신 배유현의 하얀 제타를 자리에 밀어 넣었다.
“성진 도련님께서 3층 VIP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빠, 우리도 3층이야!”
도시연이 들뜬 얼굴로 말했다.
“오늘 우석 오빠도 왔다던데... 잠깐 들러서 한잔만 하고 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은 함께 올라갔다.
...
그 시각, 윤채원은 화장실에서 나와 일행이 있는 방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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