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이상한 액체가 순식간에 배유현 쪽으로 쏟아졌다. 너무 갑작스러워 몸을 피할 틈조차 없었다. 순간, 가슴팍부터 코트까지 단번에 흠뻑 젖었다. 공기 중에는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퍼졌고 배유현의 날카로운 얼굴에는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배유현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쑥 솟고 눈빛에는 차가운 서리가 내렸다. “큰일 날 뻔했어! 다행히 내가 있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자네 친구 인생 끝장이야!” 중년 남자가 허겁지겁 소리쳤다. 그는 명성진을 향해 몸을 돌리며 손가락을 꼬아대고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렸다. 이윽고 향가루를 한 움큼 움켜쥐어 배유현에게 뿌렸다. 그는 몸을 비껴보았지만 가루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공기 중으로 흩날린 향가루가 배유현의 주변을 감싸며 은근히 타들어갔다. 배유현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도사는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빨리 막아! 몸속의 사악한 기운이 금방 폭주할 거야!” 늙은 도사의 외침에 허윤과 명성진도 멈칫했지만 배유현의 서늘한 기세에 눌려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한 번 흘기자 허윤은 고개를 숙였고 명성진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이분은 내가 모셔온 분이야. 널 도우러 오신 거라고.” 배유현은 이를 악물며 낮게 내뱉었다. “...멍청한 놈.” 발을 드는 순간, 명성진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저... 선생님, 금방 해결된다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나 도사는 겁에 질린 얼굴로 문 쪽을 향해 물러나며 외쳤다. “사악한 기운이... 너무 강해... 스승님께 청해야 해!” 배유현의 냉랭한 시선이 꽂히자 도사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황급히 달아났다. “선... 선생님!” 명성진이 목이 터져라 불렀지만 그 순간 그의 종아리에 발길질이 꽂혔다. “아악!” 명성진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배유현은 주먹을 꽉 쥔 채, 흠뻑 젖은 옷자락을 내려다봤다. “뭐 하는 짓이야.”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폭발 직전의 분노가 서려 있었다. 명성진이 허윤을 흘끗 봤지만 허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