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화
12시가 되자 배유현은 명성진의 옷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자 차 안은 깊은 정적에 잠겼다.
시트에 몸을 기댄 윤채원은 깊이 잠들어 있었고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이 가끔 떨릴 때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숨결에 맞춰 미묘하게 흔들리는 그 풍성함이 고요한 차 안에 은은한 긴장감을 더했다.
배유현은 약국 앞에서 차를 잠시 멈추고 약을 사 들고 돌아왔다.
윤채원은 여전히 몸을 느슨하게 맡긴 채 꿈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 위에 놓인 하얀 가방을 열어 구강 스프레이를 넣고 손을 뻗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차 안은 여전히 고요했고 불빛만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주차단지 입구의 과속방지턱을 넘자 차가 살짝 흔들렸고 윤채원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그냥 여기 세워주세요.”
배유현은 차에서 내려 운전석 쪽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바라봤다.
“내일 몇 시에 만날까요?”
윤채원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내일은 일이 있어요. 할머니 뵈러 가야 해요.”
배유현은 작게 웃음을 띠었다. 반년 전만 해도 한 여자가 자신을 이렇게 쉽게 흔들어 놓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는 일부러 거리를 좁히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모레는요?”
“모레는... 설날 전날이잖아요.”
“그다음 날은?”
윤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배유현은 이를 악물고 억누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말 안 달 나서 죽을지도 몰라요.”
윤채원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 연휴 동안 다들 바쁘잖아요. 유현 씨 집에도 손님이 많으실 거고요.”
“나랑 상관없어요.”
배유현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이었다.
“그럼 수요일? 아니면 목요일은요?”
“다...”
윤채원이 겨우 한 글자를 내뱉자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고정됐다.
“다음에...?”
그 세 글자는 배유현이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윤채원이 자신을 거부하며 답변을 미루는 표시였으니까.
배유현은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띠고 낮게 경고했다.
“윤채원 씨, 또 그 세 글자를 말하면 오늘 밤 못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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