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배유현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인 후 긴 다리를 쭉 뻗어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떴다.
송우담이 그의 뒤를 따랐다.
민혜진은 배유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련님? 언제 결혼했대? 겨우 3년 만에 벌써 애까지 있어?”
그녀는 윤채원의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소식 들은 거 있어요?”
윤채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하나 들은 게 있긴 한데...”
민혜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배 대표님 있잖아요. 얼마 전에 중환자실에서 막 나왔대요. 엄청 심하게 앓았었나 봐요. 살이 너무 많이 빠진 것 같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확신이 서린 듯했다. 단순한 헛소문은 아닌 게 분명했다.
윤채원은 시선을 들어 민혜진과 함께 마장으로 향했다. 검은 말을 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살짝 허리를 숙여 손가락으로 검은 말의 갈기를 쓸어 넘기고 있었는데 잘생긴 얼굴은 핼쑥하게 마른 탓에 뺨이 움푹 꺼져 있었고 몸은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얇고 예리해 보였다. 배유현은 가뿐하게 장애물을 넘은 후 속도를 늦추며 말 등에 앉아 천천히 산책을 즐겼다.
윤채원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러고는 벌써부터 신이 난 민혜진에게 말했다.
“대표님은 먼저 가세요. 전 천천히 고를게요.”
민혜진은 마장 회원으로 럭키라는 이름의 밤색 조랑말을 가지고 있었다.
윤채원은 그녀의 사진을 몇 장 찍어 주었다.
뉘엿뉘엿 저무는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 딱 좋은 풍경이었다.
윤채원은 마구간 안쪽으로 들어가 맨 구석에 숨어 있는 듯한 백마를 발견했다.
덩치가 다른 어른 말들의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조련사는 흰말의 혈통이 순수하지 않고 이미 성장이 끝난 말이라, 몸이 가냘픈 사람이 타기에 적합하며 성격은 온순하지만 달리기는 빠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채원에게 고삐를 잡고 잠시 끌어보며 친해져 보라고 권했다.
임재원이 말을 타고 다가와 윤채원에게 함께 타자고 제안했지만 윤채원은 그의 제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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