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남자가 내민 손을 바라보며 윤채원은 마음속으로 갈등했다. 이 넓은 마장을 걸어서 돌아갈지 아니면 직원이 골프 카트를 몰고 오기를 기다릴지, 아니면 지금...
윤채원은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는 각도 때문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흑마에게로 향했다. 과연 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명마답게 윤기 흐르는 검은 털은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품과도 같았다.
“이미 친구에게 전화했어요. 곧 직원이 올 거예요.”
문득 윤채원의 눈앞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뼈마디가 굵고 힘 있는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윤채원의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말 등에 앉아 남자의 넓은 품에 기대어 있었다.
완전히 뒤에서 껴안긴 자세였다.
윤채원은 불편한 듯 몸을 살짝 움직였다.
겉으로는 앙상하게 말라 옷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 같은 남자가 이렇게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배유현은 한 손으로는 고삐를 단단히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윤채원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그의 시선은 윤채원의 뒷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놓아드리죠.”
그가 가볍게 말 배를 차자 말은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윤채원이 몸을 바로 세우자 배유현은 정말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이라도 뒤로 몸을 기대면 그의 가슴에 닿을 수 있었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의 팔에 닿을 수밖에 없었다.
윤채원은 그의 품 안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걷는 것보다 더욱 뜨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말 등에 올라탄 채 완벽하게 균형을 잡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등은 수시로 남자의 품에 부딪혔다.
배유현의 가슴에는 무엇인지 모를 둥글고 매끄러운 구슬 장식이 있는 듯했는데 두 겹의 옷을 뚫고 윤채원의 등을 찔러대는 느낌에 그녀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이 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검은 아할테케는 지금 한가롭게 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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