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연청시처럼 큰 도시에 작은 바닷가 아파트가 배 대표님의 격에 맞을 리 없잖아.”
“나는 여기가 좋아. 공기도 맑고 전망도 좋고.”
배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을 다시 보기 위해 그는 집주인에게 세 배나 되는 가격을 지불하고 이 집을 샀다.
“배유현.”
윤채원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를 낮추자 긴장감이 느껴졌다.
“3년 전에 우리는 이미 끝났어.”
배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주먹을 꽉 움켜쥐자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통유리창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그의 등을 비추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는 도저히 끝낼 수 없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거의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꿨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마치 병처럼 그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배유진은 그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도 혼수상태에서 그녀의 이름만 중얼거렸다고 했다.
배유현은 도저히 그녀를 놓아줄 자신이 없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자신을 혐오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소디아에서 보낸 3년 동안, 그는 매년 한 번씩 몰래 귀국하여 그녀의 집 근처에서 윤채원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았고 윤아린의 학교에 가서 멀리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 그녀가 자신을 더욱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오전 8시 10분, 따스한 햇살이 앙상하게 마른 그의 등을 비추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싸늘함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10분쯤 지났을까.
배유현의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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