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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민혜진은 윤채원이 배유현을 마주치는 것을 꺼릴 거라고 짐작했다. 송우담이 직접 그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니, 회의실 안에는 틀림없이 배유현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이제 회의실 문턱 바로 앞까지 다가왔으니 메인 디자이너인 윤채원이 피할 길은 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자 희미하게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억누르는 듯 낮고 묵직한 기침 소리였다. 윤채원과 민혜진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배유현과 더불어 연결 담당인 고 부장과 벨린 측 담당자가 있었다. 고명우 역시 이렇게 작은 프로젝트에 대표가 직접 참석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간단한 인사가 오간 후 윤채원이 디자인 컨셉과 제작 의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녀는 각 의상에 담긴 의미를 조곤조곤 설명했고 맑고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가 회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발표 중간중간, 주석에 앉아 있던 배유현의 낮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윤채원은 시선을 돌려 그쪽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발표를 마치고 그녀는 민혜진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 부장은 윤채원에게 눈짓을 보내 손으로 그린 원고를 건네주라고 했다. 윤채원은 오랫동안 습관처럼 자신의 손 그림들을 모아왔는데, 그 스케치북에는 그녀가 업계에 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그린 모든 습작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꽤나 두툼한 분량이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배유현에게 다가가 건네주었다. 남자는 그것을 받아 한 페이지씩 천천히 넘겨보기 시작했다. 윤채원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이것들은 예전에 그린 것들이에요.” “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종잇장을 스쳤다. 그는 매우 꼼꼼하게 살펴보았고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는 청명하게 울렸다. 몇 장을 넘기던 그의 손길이 멈추었고 시선이 한 페이지에 고정되었다. 윤채원은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평소 심심할 때면 끄적거리는 낙서를 즐겨 했는데 그 페이지에는 찡그린 얼굴의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다소 유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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