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화
“네.”
배유현은 통화를 마치고 창가에 서서 아래쪽 정원을 바라보았다. 윤채원이 박영란의 손을 잡고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름밤의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고 배유현은 희미하게 그녀들의 대화 소리를 들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겠네.’
...
박영란은 확실히 윤채원과 배유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어릴 적 이야기였다.
“마당에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유현이가 네 살 때 장난치며 기어 올라가서는 나무 위에 집을 짓겠다고 했어. 유현이는 늘 아버지와 다투면 그 나무 위로 도망쳐 올라갔는데 그 동작은 원숭이처럼 날렵했어. 결국 유현이 아버지가 화가 나서 그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했어. 그이가 온 정원을 뒤지며 유현이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어. 유현이는 어릴 때 늘 아버지를 화나게 하고는 유승이 책상 밑에 숨었어. 아버지가 유승이 책상을 뒤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윤채원은 박영란의 말투에 담긴 웃음기를 들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일어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배유승의 이름도 들었다. 배씨 가문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마치 가슴에 얹힌 커다란 돌덩이 같은 이름이다.
“셋째 아주버님은 어릴 때부터 착했나요? 마치...”
윤채원과 박영란이 발걸음이 멈췄다. 박영란은 윤채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의 배유현처럼 말이다.
공부도 잘하고 냉정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서 배갑수를 절대 화나게 하지 않았고 선생님과 부모님 모두에게 인정받는 빛나는 모범생이었다.
배유승이 점점 더 완벽해질수록 배유현은 반면교사처럼 비춰졌다.
그래서 배유승이 죽은 후 배유현이 방에 틀어박혔는데 이는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어릴 때부터 인정을 받고 편애받고 싶었던 갈망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배유현은 자신을 배유승처럼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유승이가 형이 아니었어. 둘은 쌍둥이였고 유현이가 먼저 태어났지. 그런데 간호사가 두 아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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