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왜냐하면 윤채원도 그런 편지를 써서 배유현에게 건넨 적 있었으니까.
“채채, 그럼 남자한테 연애편지 준 적 있어요?”
“응.”
윤채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유현은 백미러로 그런 윤채원을 흘끗 보았다. 거울을 통해 본 윤채원은 시선을 살짝 내리깔고 있었고 긴 속눈썹이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차 안은 낯선 여자의 등장으로 달라진 듯했고 공기 속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이 퍼져 마치 사람을 옭아매는 실 같았다.
배유현은 시선을 돌려 창문 위로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굽이치는 걸 보았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윤채원은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강지훈을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
“배 선생님, 고마워요.”
윤채원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고 두 눈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담겨 있었다.
배유현은 닫히지 않은 창문 너머로 윤채원을 한번 보고는 빗방울이 안으로 들이치자 창문을 닫았다. 이내 시동을 걸어 떠났다.
강지훈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배유현에게 말했다.
“삼촌, 제가 모를 줄 알아요? 삼촌은 저랑 채채를 갈라놓으려는 거잖아요.”
배유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우측 깜빡이를 켰다.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삼촌이 아무리 방해한다고 해도 절대 갈라놓을 수 없어요!”
그 말을 들은 배유현은 강지훈이 본가에서 박영란과 어떤 드라마를 보았는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내 미간을 구기고 말았다.
강지훈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말했다. 결국 배유현은 한 마디하고 말았다.
“다음부터 학교에서 학부모 불러도 나 찾지 마.”
그 말은 곧 강지훈의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린 셈이었다. 역시나 강지훈은 조용해졌고 목을 잔뜩 움츠렸다.
아이를 집에 데려다준 뒤 배유현이 떠나려 하자 박영란이 막아섰다.
“비가 이렇게 퍼붓는데 오늘은 자고 가.”
“니모가 집에 있어서 가봐야 해요.”
그러자 박영란은 배유현의 팔을 붙잡았다.
“성진이가 이번 주말에 결혼한다지?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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