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하얗게 떨리는 피부 위로 검은 머리칼 몇 가닥이 흘러내렸다. 눈앞은 흑과 백이 교차하는 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배유현은 숨이 묘하게 가빠졌다.
그는 이성의 고삐를 단단히 잡으려는 듯 이를 꾹 물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휘저어지는 듯한 광경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문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깊게 한 번 숨을 들이켰다.
목구멍이 바짝 마른 듯 가슴속에서 불길이 일렁였고 걸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미안해요.”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바깥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아빠, 나 못 참겠어. 화장실 가야 해!”
어린 남자아이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바로 문 앞까지 다가왔다.
배유현은 즉시 손잡이를 돌려 안쪽에서 잠갔다.
“안에 사람이 있습니다.”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채원은 숨을 고르며 가슴을 억눌렀다.
뜻밖의 상황에 심장이 요동쳤다.
단 두어 걸음 떨어진 거리, 남자의 뒷모습.
넓은 어깨, 검은색 집안용 티셔츠, 약간 흐트러진 짧은 머리.
배유현이 천천히 돌아섰고 두 사람의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윤채원은 가슴을 옷으로 가리고 한 손은 세면대 위에 짚었다.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 목소리마저 떨렸다.
“뭐... 뭘 그렇게 빤히 봐요...”
배유현의 시선은 노골적이었다.
얼굴에서 가슴까지 그녀의 숨결과 미세한 떨림을 그대로 쫓았다.
남자의 목울대가 불처럼 들썩였다.
손을 꽉 주먹 쥐듯 움켜쥔 뒤, 그는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윤채원은 허겁지겁 옷을 정리하며 입었다.
브래지어까지 젖어 몸에 달라붙어 불편했기에 배유진의 옷을 대신 걸쳤다.
허리 라인은 맞았지만 가슴 부분은 지나치게 끼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오히려 민망하게 느껴졌다. 얇은 베이지 니트가 풍만한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 속옷까지 희미하게 비쳤다.
얼굴이 달아오른 윤채원은 옷자락을 두 손으로 붙잡고 몸을 움츠렸다.
그때,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차림 그대로 나가겠다고요?”
윤채원은 고개를 떨군 채,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작은 숨만 몰아쉴 뿐 대답하지 못했다.
배유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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