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상대는 마치 광장에서 진정숙과 춤을 추던 아저씨처럼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문 과장님, 농담도 정도껏 하세요. 제 딸이 벌써 여섯 살이에요.”
문한철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건 아주 정상이에요. 제가 구식일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 사고 수용력은 꽤 넓습니다. 정말 두 분이 사귀는 거라면 저도 기쁘죠. 드물게 남자친구가 생긴 거잖아요.”
배유현이 자기 입으로 ‘간청’까지 하며 부탁한 건 이번 수술이 처음이었다.
노크 소리가 윤채원의 대답을 끊었다.
그녀는 아린을 데리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이동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브로커를 통해 초음파과 주임의 예약을 잡아둔 터였다.
다행히 줄도 길지 않아 금세 차례가 왔다.
그러나 초음파실에서 나온 사람을 보는 순간, 윤채원의 표정은 단 2초간 얼어붙었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왔다.
반면 윤아린은 환하게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할머니!”
박영란은 오늘 검진을 받으러 온 참이었다. 큰 문제는 없었지만 여전히 오래된 증상이 남아 있었다.
그 곁에는 안옥정과 기품 있는 중년 귀부인이 동행하고 있었다.
아이를 본 박영란은 반가움에 미소 지었다.
“아린아, 너 여기 웬일이니? 어디 아픈 데라도 있니?”
윤아린은 엄마를 올려다보았고 윤채원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박영란 옆에 선 귀부인에게 두었다.
한 명은 배가 저택에서 본 적 있는 안옥정이었다.
다른 한 명은 품위 있는 차림새, 차갑게 굳은 얼굴에 냉기를 품은 중년 여성, 차아영이었다.
윤채원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차아영이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
마치 쓰레기를 내려다보듯 존엄을 짓밟는 듯한 혐오와 경멸이 담겨 있었다.
배가 저택에서 차아영을 본 적은 없었다.
그때 듣기로 배씨 가문 장남 부부는 에버딘에서 딸 배소영의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배소영, 벨리니 아카데미 출신으로 다섯 해 전 데뷔 후 ‘21세기 최고의 미모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찬사를 받아온 인물.
지금은 그녀의 5년 글로벌 투어가 한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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