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말을 건 사람은 무심했지만 듣는 쪽은 민망했다.
윤채원은 자신이 차아영과 닮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차아영은 화장부터 표정 하나까지 완벽했고 금전과 권력에서 우러나오는 냉정한 기운이 몸에서 배어 나왔다.
차아영은 우아하게 미소를 지었다.
“채원 씨와 인연이 참 깊은 것 같아요.”
물론, 이 말은 형식적인 인사치레였다.
박영란이 상대의 딸을 무척 아끼는 모습을 보였고 윤아린이 강지훈과 동창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뜻에 반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차아영은 윤채원을 한 번 더 훑어보았다.
하얗고 단아하며 조용해 보이는 인상.
박영란은 미소를 지으며 둘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그렇네요. 코끝의 점까지 예쁘다니, 진짜 미인으로 태어났어요.”
윤채원은 살짝 미소를 띠며 흘려들었다.
코끝의 작은 점은 임신 후 생긴 것이었고 파운데이션으로 살짝 가리면 금세 사라졌다.
오늘 병원에서 배씨 일가를 만난 것은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었다.
하지만 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켜자 핫이슈에 배소영 관련 뉴스가 떠 있었다.
팬 수 천만 명, 글로벌 투어.
다음 목적지는 송주시.
예매 대기자 수만 해도 백만 명이 훌쩍 넘었다.
윤채원은 자연스레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런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조차 싫었다.
좋지 않은 기억과 과거를 지우고 싶은 마음.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외할머니였다.
“채원아, 요즘 언니 약혼식이 있어. 철용이 말로는 네가 계속 연락 안 된다고 하더구나. 시간 되면 같이 밥이라도 먹으러 갈래?”
윤채원은 잠든 윤아린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닫았다.
“할머니, 저 안 갈래요.”
며칠 전, 삼촌 송철용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사촌 언니 송예린이 약혼한다는 소식이었다.
과거, 송철용과 방미영은 배소영이 돈을 훔친 동영상을 이용해 배도겸과 차아영을 압박했고 덕분에 송예린은 배진 그룹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7년의 노력 끝에 남부 지사 광고부 직원에서 송주시 광고 프로젝트팀 부장까지 올라갔다.
윤채원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