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아무리 배유현이 자신에게 냉담하다 해도 만약 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설령 아무 일도 없었다 해도 단지 같은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 배씨 가문은 반드시 배유현을 자신에게 묶어둘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배유현이 도씨 가문의 딸과 맞선을 봤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두 집안 사이에 혼사 이야기가 오간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럼 왜 자신만 안 된다는 말인가.
배유현은 술에 취해 있었다.
의식은 흐릿했고 서안시에 온 지 며칠 동안 적응하지 못한 낯선 공기 때문에 몸도 무겁게 느껴졌다.
원래도 무거운 머리가 술기운에 더욱 흐려졌다.
그때, 코끝을 스치는 진한 장미향과 불현듯 다가온 얼굴.
순간, 그의 머릿속이 번쩍 맑아졌다.
배유현은 손을 들어 서지유의 입술을 막고 힘껏 밀어냈다.
“오빠...”
서지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멈춰 섰다.
잠시 상처받은 듯 흔들리다가 그의 눈빛이 서서히 맑아지는 걸 보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빠,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잖아요. 다섯 살 때, 엄마 따라서 배가 저택에 머물던 거 기억하시죠? 만약 집안에서 정략결혼을 계획한다면 왜 저를 생각하지 않으세요?”
“지유야, 넌 어릴 때 소영이랑 같이 놀았잖아. 소영이는 내 조카고 난 널 그냥 어린 후배로만 봐왔어. 그때도 날 ‘아저씨’라고 불렀잖니.”
“후배라니...”
서지유는 그 말에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배유현은 핸드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
“난 너한테 그런 마음 없어. 조금 전 일은 술에 취해서 그런 거야.”
순간, 그는 착각했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윤채원인 듯한 착각.
술에 취한 꿈속에서 본 듯, 잠깐의 환각 같았다.
“왜요, 오빠! 전 오빠 후배 아니에요. 고작 두 살 차이잖아요. 한 번만 제대로 봐주실 수 없나요?”
서지유는 울먹이며 이를 악물더니 두 손을 뒤로 가져가 드레스 지퍼를 내렸다.
하늘빛 니트 원피스가 흘러내리며 드러난 희고 매끄러운 피부.
“서지유.”
차가운 꾸짖음이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그 목소리와 시선, 짙은 어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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