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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소속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윤채원이 진도준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약속된 혼인이라는 것도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소용이 없다. 육십, 칠십을 넘긴 할머니들에게 말해봤자 믿어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윤채원은 점점 자신만의 삶에 집중했고 듣기 싫은 말들은 아예 귀에서 걸러내기로 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윤아린이 갑자기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방금 전 놀이가 재미있었다는 듯한 맑고 천진한 웃음. 윤아린의 작은 세계 속에서 엄마가 아저씨를 장난처럼 밀던 모습은 그저 하나의 놀이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윤채원도 웃으며 손가락으로 딸의 코를 톡 건드렸다. “어서 내려, 아린아.” 딸 앞에서만큼은 언제나 자신이 무한한 힘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모든 불쾌한 기분도 아이 앞에서는 금세 사라졌다. 배유현은 윤아린을 내려놓았다. 여섯 층을 올라왔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이 없었고 숨조차 고르지 않았다. 윤채원은 문 앞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갔다. 배유현은 현관에 그대로 서 있었다. 평정한 얼굴이었으나 순간적으로 불안정한 빛이 스쳤다. 그의 시선은 신발장 위의 남성용 슬리퍼에 멈췄다. 검은색, 42 사이즈. 새것은 아니었고 분명 사용 흔적이 있었다. 작은 네 칸짜리 신발장에는 여성용 신발과 아린의 운동화들, 그리고 남성용 두 켤레가 놓여 있었다. 모든 정황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여자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슬리퍼는 남편의 것이었다. 배유현은 남성용 슬리퍼를 바라보며 순간, 공기 중에 따귀를 맞은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그의 내면 도덕적 관념이 던진 경고였다. 방금 전, 윤아린이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비비며 달콤하게 아저씨라 부르던 순간, 그 모든 것이 다른 남자의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아린이가 내 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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