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자신이 눈이 잘못 본 게 아니란 걸 이제야 깨달았다.
배유진은 올해 서른일곱 살이었지만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자신의 동생이 남의 결혼에 끼어들다니.
그녀는 곧장 배가 저택 안쪽 작은 발코니로 나섰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배유현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그는 시선을 낮춘 채, 손에 든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창밖은 짙은 밤색으로 깔렸고 가로등과 지나가는 차량 불빛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 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깊고 차가운 얼굴.
손에 든 사과까지 붉게 물들었다.
탱글탱글, 윤아린이 준 가장 큰 사과였다. 하지만 먹을수록 입안에는 시큼함이 번졌다.
“엄마한테 말해. 다음 주도 바쁘고 다다음 주도 바쁘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해. 엄마가 소개한 명문가 아가씨들은 안 만날 거니까.”
배유진은 속으로 곱씹었다.
지금 중요한 건 약속을 잡느냐가 아니었다.
자신의 동생, 송주시 최고 재벌 배진 그룹의 작은 아들이 남의 결혼에 끼어들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배유현, 너 이거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나는 거 알아?”
“어차피 모르잖아. 그리고 나 별로 한 것도 없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배유현은 사과를 내려다보며 잠시 멈췄다. 이미 사과는 산화되어 있었다.
“네가 남의 결혼에 끼어든 걸 알면 할아버지께서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배유진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말에 배유현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는 잠시 침묵했고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배유현이 덧붙였다.
“좀 좋은 말 좀 해라.”
그리고 귀찮음을 참지 못한 듯 전화를 끊었다.
배유진이 다시 전화를 걸려는 순간, 뒤에서 걸어 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의 결혼에 끼어들다니, 무슨 말이야?”
배유진은 깜짝 놀랐다.
지금 막 동생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으려던 순간이었다.
돌아보니 박영란이었다.
긴장한 배유진은 말을 더듬었다.
“엄... 엄마, 여기 계셨네요. 깜짝 놀랐잖아요.”
“넌 아직 답 안 했는데? 누가 남의 결혼에 끼어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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