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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얘두 참, 자기 동생을 그렇게 말하면 어딨어. 좋은 말 좀 해.” 배유진이 입을 떼기도 전에 박영란이 먼저 말을 이었다. “엄마도 알고 있지. 강준 씨 사촌 동생, 권우석 말이지? 권우석 할아버지가 성한대 교수잖아. 아마 이런 상황은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배유진은 묻지도 못한 채 마음 한켠이 공허해졌다. 그녀는 박영란을 붙잡고 조용히 안쪽 작은 정원으로 걸어나갔다. 두 사람은 천천히 산책을 시작했다. 겉보기엔 온화한 ‘장난꾸러기’ 같았지만 박영란은 젊은 시절 배갑수와 함께 상업계를 누비며 남다른 경험과 통찰력을 쌓은 여자였다. 배유진은 마지막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제가 말한 건 그냥 가정적 상황이었어요.” “가정적이라도 안 돼. 이런 얘기는 내 앞에서만 해야 해. 아버지가 들으시면 혈압이 폭주할걸?” ... 배유현이 집으로 돌아왔다. 니모는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그가 들어오자 게으르게 눈만 살짝 뜨고는 다시 눕는다. 이미 예전만큼 열정적이지 않았다. 골든리트리버와 사모예 믹스인 니모는 어릴 때 말썽이 많았다. 이빨을 가는 습관 때문에 배갑수가 아끼던 고서 위에 지도를 그리기도 했고 배유현이 처음 해외에 간 2년 동안도 집에서 키워졌다. 그 뒤 배도겸이 헬국으로 갈 때, 배가 전용기를 타고 니모를 데려가기도 했다. 지금 니모는 눈만 살짝 뜨고 그가 다가오자 먹다 남은 반쪽 사과를 내려놓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과는 이미 갈변해 있었다. 니모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먹지 마.” ‘사람 참, 진짜 소심해.’ 니모는 혀로 살짝 핥기만 하고 결국 먹지 않았다. 배유현은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 아래 서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검은 짧은 머리카락 위로 물방울이 투명한 선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 느낀 건, 따뜻한 물줄기가 날카로운 눈썹과 코를 타고 흐르는 감각이었다. 거실의 전화가 울렸다. 잠시 울리다 멈추고 또 울리고... 배유현은 옷걸이에서 실크 소재의 검은 목욕가운을 꺼내 허리에 느슨하게 묶고 젖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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