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채하진은 살짝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차 안에 숨어 있었는데, 조나연은 눈치조차 못 챈 것이다. “아침에 이모가 엄마한테 전화하는 거 듣고 걱정돼서 그냥 따라 탔어요.” “이 녀석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위험한 거야.” 조나연은 아이를 어린이용 좌석에 앉히고는 차를 몰아 유치원으로 향했다. “걱정 마. 너희 엄마 괜찮아. 그냥 알레르기 반응이었을 뿐이야.” “왜요?” 채하진은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는 해산물을 먹지 못한다는 것을. 그 외에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은 없었는데, 설마 누가 해산물을 넣은 음식을 줬단 말인가? 조나연은 원래 채시아의 부탁대로 아이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미 아이가 눈치를 챘다. 더는 숨길 수 없어 결국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얘기를 다 들은 작은 아이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모, 저 언제쯤 엄마 보러 갈 수 있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내가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안 돼. 며칠만 더 기다리자.” “...네.” 채하진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윤성빈은 채시아의 몸 곳곳에 올라온 붉은 발진을 보며 찌푸린 눈썹을 풀지 못했다. “왜 아직도 안 가라앉았어?” “최소 반나절은 지나야 진정된대요.” 채시아가 답했다. 조금 전, 의사는 윤성빈에게 설명했다. 이런 알레르기는 겉보기엔 단순한 발진이지만 그 가려움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이라고. 차라리 아픈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참기 어렵다고 했다. 윤성빈은 자신이 생전 처음 끓인 죽 한 그릇이 결국 채시아를 병원에까지 데려다 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또 뭐 못 먹는 거 있어?” 그가 물었다. 채시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윤성빈이 뭔가 더 묻으려는 찰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채시아는 무심히 화면을 바라보았는데 휴대폰 화면에 적힌 이름은 임수아였다. 윤성빈은 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서야 통화를 받았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돌아온 그는 덤덤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