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화

채시아는 멀리서 집 정원 밖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아직도 저렇게 남아 있을 줄은 몰랐네.”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곽태민도 채시아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곧 눈에 들어온 것은 눈부시게 고운 코스모스들이었고 그 모습은 정말로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 저택은 겉보기에는 고풍스럽지만 곳곳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처음 저택을 지은 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한눈에 드러났다. 곽태민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긴 어디죠?” “제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이에요. 도항시에 있던 집.” 채시아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 집 안으로 들어갈 자격조차 없는 신세였다. “가요.” 채시아는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고 그렇게 차는 서서히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몰랐다. 그 순간, 저택의 한쪽 수풀 사이에 한 남자가 몰래 숨어 있다는 것을. 남자는 꼴이 조금 초라했지만 계속 그곳에 머물며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도심을 한 바퀴 휙 돈 뒤, 채시아는 곽태민에게 자신을 다시 청림 별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뒤, 음악실에 들어가 피아노를 치며 동시에 악보를 써 내려갔다. 채시아의 그날 하루 동선은 그대로 윤성빈에게 보고되었다. 이내 저녁이 되자 윤성빈은 일부러 회사에 조금 더 남아 있다가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운전기사에게 명령했다. “사거리 카페로 갑시다.” 같은 시각, 채시아도 청림 별장에서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한번 진동했다. 곽태민이 보낸 메시지 때문이었다. [윤 대표님 차 역시 사거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채시아는 청림 별장으로 돌아오기 전, 곽태민에게 선명 그룹 사옥 앞에서 잠복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임수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이간질하고 고자질하기 바쁜 여자였다. 밤이 되자 카페 안은 한산했다. 임수아는 미리 창가가 보이는 별도의 룸을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채시아도 정시에 카페에 도착했다. 그녀는 긴 원피스에 작은 재킷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