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화
채시아는 저항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묵묵히 모든 걸 감내했다.
윤성빈은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낮고 거칠게 경고했다.
“다시 그놈이랑 만나기만 해봐. 너희 둘 다, 가만 안 둬.”
그러다 문득 멈췄다.
손끝에 닿은 축축한 감촉, 그제야 그의 손가락에 핏방울이 묻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채시아의 몸을 돌려보니 귀 뒤에서 흐른 피가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윤성빈은 놀란 얼굴로 급히 그녀의 보청기를 빼냈다.
“왜 또 귀에서 피가 나?”
하지만 채시아는 더 이상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
어차피 들어봤자 상처 주는 말일 테니 차라리 못 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약은 있어?”
윤성빈이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제야 채시아가 자신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윤성빈은 말없이 차를 돌려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채시아의 청력은 일시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의사가 나간 뒤, 병실은 숨 막힐 만큼 조용해졌다.
윤성빈은 미지근한 물에 약을 타서 그녀에게 내밀었지만 채시아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써 보여줬다.
[약 먹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채시아는 문득 십여 년 전 어느 밤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랬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뒤, 충격으로 귀가 멀었던 날.
윤성빈은 그녀가 들리지 않는 걸 알고 휴대폰으로 조심스레 대화를 나눠줬었다.
지금 이 모습이 꼭 그날 밤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윤성빈은 더 이상 그때의 다정했던 소년이 아니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채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창백한 얼굴로 겨우 내뱉은 말엔 힘이 없었다.
“먹어도 별 효과 없어요. 오래된 병이니 잘 낫지도 않고...”
윤성빈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빠르게 타자했다.
[누가 그랬어? 먹어도 소용없다고?]
“의사가 그랬어요.”
윤성빈은 더는 글을 쓰지 않았다.
대신 약을 탄 컵을 채시아의 입가에 강하게 들이밀었다.
그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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