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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청림 별장. 윤성빈이 돌아왔을 때, 정원에 꽃가루가 많았던 꽃들은 이미 다 치워진 상태였다. 채시아는 오늘 임수아도 함께 돌아올 줄 알았다. 이 모든 걸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한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돌아온 사람은 오직 윤성빈 뿐이었다. “밥은 먹었어?” 윤성빈은 그녀가 거실에서 혼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채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었어요.” 식당 쪽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오늘은 당신 안 올 줄 알고 따로 식사 준비 안 했어요.” 채시아가 덧붙였다. 예전에는 윤성빈이 집에 오든 안 오든,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항상 준비해두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젓가락 한 번 대지 않았다. 해외에 나가 채윤학과 채하진을 임신한 이후로는 바쁘게 일했고 요리는 오경숙에게 맡겼다. 그리고 이제, 더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시 주방에서 손에 물 묻히는 삶은 바라지 않았다. 윤성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도 먹고 왔어.” 거짓말이었다. 오늘 일찍 돌아왔고 채시아가 저녁을 준비해줄 거라 생각했던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다행이네요.” 잠시 후, 채시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나연이가 감기에 걸려서 이따 병원 좀 같이 가주려고 해요.” 사실은 조나연의 신분으로 병원에 가 임신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해보려는 계획이었다. 윤성빈은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시아는 곧 병원으로 향했고 조나연은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 다 해놨어. 바로 진료 보러 가면 돼.” “응.” 채시아는 접수표를 받아 진찰을 받았다. 한 시간이 지나 결과가 나왔는데 요 며칠이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였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조나연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약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시아야, 이거 받아.” 채시아는 의아한 얼굴로 약을 받아 들었다. 자양강장제였다. 순간, 그녀의 얼굴은 신호등처럼 바뀌었다. “필요 없어.” “왜 필요 없어? 혹시라도 안 되면 어쩔 건데?” 조나연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술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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