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화

채시아가 아이의 그림을 몰래 숨겼다. 수림장원은 엄청 컸다. 둘러보려면 최소 이틀은 걸려야 다 볼 수 있었고 사방에 숨겨진 카메라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성빈은 다시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고 내려왔다. 우뚝 솟은 그가 어두운 눈빛으로 카펫 위에 앉아 놀고 있는 두 모자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처럼 다른 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를 발견한 아이가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아저씨, 저희랑 같이 놀래요?” 조금 전, 몇 번의 발길질로 화가 덜 풀린 모양이다. 채시아는 아이를 막으려고 했다. 아이가 윤성빈과 많이 접촉하면 두 사람이 서로의 신분에 대해 알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어찌 됐든 부자 사이니까. 그 순간, 윤성빈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뭐 놀고 싶어?”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입을 열었다. “우리 소꿉놀이 해요. 아저씨는 아빠, 엄마는 엄마, 그리고 전 아들이요.” 그 말에 채시아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고 윤성빈도 흠칫했다. 사내놈이 여자아이처럼 소꿉놀이라니? “아저씨, 싫은 건 아니죠? 저희 아빠가 엄청난 부자거든요. 그러니까 아저씨한테는 나쁠 게 없다는 뜻이에요.” 아이는 투덜거리면서 윤성빈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난처하게 하지 마.” 채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성빈이 말을 끊어버렸다. “그래. 내가 아빠 할게.” 그가 동의하자마자 아이는 그의 허벅지를 껴안고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새로 갈아입은 바지에 얼굴을 비볐다.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윤성빈은 본능적으로 아이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아빠라는 소리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한편, 아이가 윤성빈을 안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목이 메었다. 두 아이가 평소에 겉으로는 아빠를 원한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아빠를 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자신이 안고 있는 사람이 친아빠라는 사실을 아이가 안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러나 그녀는 윤성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