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남자는 꼿꼿하게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 짧은 그의 머리는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고 입체적인 이목구비, 깊은 눈동자에는 어둠이 깃든 채 그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을 뜯고 들어왔어.” 그가 천천히 대답했고 그녀는 몸에 걸친 가운을 꼭 감쌌다. “그만 나가요.” 그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뭐 때문에 화가 난 거야?” 그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고 그녀가 직접 자신에게 말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그한테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나가요. 옷 갈아입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볼 거 다 본 사이에 부끄러워하기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등지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시 소파에 앉아 그의 시선이 그녀의 매끈한 등에 계속 머물렀고 목구멍이 점점 타들어 갔다. 곧 자신의 변화를 느낀 그가 시선을 거두고는 핸드폰을 꺼내 경호원 쪽에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이 소식을 보내왔다. [대표님, 저희가 방법을 써서 그 하인의 입을 열었습니다.] [임 집사님의 딸 임이나가 먼저 채시아 씨를 모욕했다고 합니다. 어르신한테 일러바치겠다고 협박까지 하면서 윤씨 가문에서 당장 나가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채시아 씨가 집을 나온 것입니다.] 조용히 문자를 읽고 난 그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웠다. [당장 그 여자 데려와.] 문자를 보내고 난 뒤 그는 핸드폰을 끄고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이미 옷을 다 갈아입은 상태였다. “왜 직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윤씨 가문에서 고용한 하인이 자신의 아내를 쫓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는 익숙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말했으면 날 믿어줬을까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날 믿든 안 믿든 난 당신이 내 편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임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