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9화

“날 뭘로 보고.” 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 그녀는 혼자 그 자리에 서서 그가 한 말을 생각하며 몸을 살짝 떨었다. 역시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윤성빈의 뜻대로 한 달간 부부로 산다고 하더라도 그는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리된 이상 그와 싸우고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는 박지훈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심호흡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어떻게 해야 혼자 아이를 데리고 떠날지 고민했다. 펑! 아래층에서 윤성빈이 문을 부수고 떠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 의자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이 혼자 아이를 만나고 아이를 데리고 수림장원을 나가는 것을 그가 허락해야만 도망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뒤 도항시에서 어떻게 도망칠지? 곧 채시아는 곽태민이 그녀에게 준 전화기로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이내 전화가 연결되었고 중년 남자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변호사님, 저예요.” 전화기 맞은편, 장명호는 채시아의 목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가씨? 아직 살아계셨던 겁니까?” “네.” “그동안 어디에 계셨습니까?” “그건 말하자면 길어요. 장 변호사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장명호는 채건우가 생전에 가장 신뢰했던 변호사였고 도항시에서도 꽤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요. 뭐든지 말만 해요.” “출국할 수 있는 신분이 두 개 필요해요. 이건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사실 돈으로 살 수도 있었지만 그녀가 직접 나선다면 윤성빈이 쉽게 알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장명호는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언제쯤 필요한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알았어요.” 가짜 신분을 만드는 데 최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그녀는 방법을 생각해서 아이를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전화를 끊은 후 채시아는 바로 통화 기록을 삭제하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윤성빈에게 미움을 사는 것이 어떤 결과가 있는지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