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화

그 자리에 윤지안이 없었다면 더 독설적이고 더 듣기 싫은 말을 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윤진철의 방에서 나올 때 수치심에 얼굴이 빨개졌다. 윤성태는 체면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았다. “윤성빈, 네가 뭔데 감히 날 가르쳐? 내가 너한테는 그래도 윗사람인데.” 옆에서 윤지안의 손을 잡고 있던 이윤지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 동생이 어디 체면을 세워주는 사람이야? 지안이랑 할아버지 앞에서도 우리를 그렇게 비하하는데.” 이윤지는 윤성빈의 방 쪽을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진짜 웃음거리인지 아직 모르는 것 같아.” 윤성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이야?” “못 들었어? 당신 동생이 그 귀머거리를 다시 데려왔다는 말.” “그래서 뭐?” 채시아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얼굴은 예쁘지만 청력이 약해서 외출할 때마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게 안쓰러웠다. “여보, 걱정하지 마. 오늘 당한 모욕은 내가 반드시 갚아줄 거니까.” 이윤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들은 모를 거야. 그 귀머거리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 일은 이윤지 혼자만 알고 있는 일이었고 그녀도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채시아가 우스워지는 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윤성빈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진짜 우스워지는 게 어떤 꼴인지... 한편, 윤성빈이 방으로 돌아왔을 때 채시아는 이미 침대에 누워 책을 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불빛이 그녀의 몸에 내려와 앉아 그녀의 옆 모습이 유난히 순해 보였다. 윤성빈은 코트를 한쪽에 놓고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어머니가 왜 보자고 하신 거야?”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데 그는 이미 바지 하나만 남겨놓은 채 다 벗고 있었다. 그의 탄탄한 몸을 보고 그녀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당신이랑 아이를 가지래요. 아이를 하나 낳으면 4천억 주시겠다고...” “그래서 그 제안 받아들였어?” 그가 곧장 침대로 올라와 그녀의 귓가로 다가왔다. “아니요. 아이를 팔 생각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