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4화

본가로 돌아온 후, 김예화는 그녀한테 급하게 거절하지 말고 잘 생각하라고 했다. “너도 알다시피 채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이혼녀인 네가 고정된 수입이 어디 있겠니?” 채시아는 윤성빈의 방 밖에 있는 베란다에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김예화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이혼한 여자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는 것일까? 언젠가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김예화에게 똑똑히 알려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뒤, 그녀는 물컵을 내려놓고 조나연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웬일이야?” 조나연은 한창 과일을 먹고 있었다. “하진이랑 통화하고 싶어.” “잠깐만.” 조나연은 채하진에게 카메라를 돌렸고 카메라 속 소년은 단정한 옷차림을 한 채 책상 앞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엄마.” “응.” 채시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한테 김예화의 일에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오늘 엄마 봤어.” 그 말에 그녀는 흠칫했다. “그런데 왜 안 불렀어?” 아이의 얼굴은 유난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엄마가 날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엄마한테 바쁜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방해하지 않았어.” 그러면서 아이는 김예화의 일에 대해서도 그녀한테 말했다. “엄마, 오늘 어르신 봤어? 유치원에서 날 만난 후부터 자주 날 찾아왔었어.” 어르신? 채시아의 머릿속에 우아한 김예화의 모습이 떠올랐고 아들의 말에 웃음이 터진 그녀는 걱정도 말끔히 사라졌다. “우리 하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하진이를 좋아하나 봐.” “엄마, 내일 추석이잖아. 내가 이미 엄마 대신 경숙 할머니한테 추석 잘 보내시라고 인사드렸어.” “고마워 우리 아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철이 든 아들을 꼭 안아 주고 싶었다. 윤씨 가문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와 오랫동안 통화를 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 윤성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방에 혼자 있으니 좀 심심했다. 이상한 건 오늘 본가로 돌아온 후, 임이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