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3화

김예화는 값비싼 장난감들을 아이한테 하나씩 건네주며 아이의 기분을 살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아이는 장난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낯선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채시아는 아이한테 돌진하는 것을 꾹 참고 있었다. 아직 김예화가 채하진을 알아보았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아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김예화는 자신을 낯선 사람이라고 하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하진아, 할머니가 어떻게 낯선 사람이야? 우리 적어도 몇 달은 알고 지낸 사이인데. 할머니는 하진이가 너무 좋아.” 아이가 엄마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조나연이 떠올랐다. “엄마가 할머니를 걱정했어?” “추석이 지나고 할머니가 하진이 엄마 만날 거야. 그럼 할머니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야. 안 그래?” 채하진은 엄마를 괴롭히던 할머니가 계속 자신을 쫓아다닐 줄은 몰랐다. 지난 한 달 동안, 매일과 같이 김예화는 윤지안을 데리러 오면서 채하진을 찾았다. 선물을 주기도 했고 먹을 것을 주기도 했다. 하나도 받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예전에 엄마한테 한 일을 알고 채하진은 그녀한테 쌀쌀맞게 대했다. “할머니, 제가 어리긴 하지만 이 도리는 잘 알고 있거든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리 비위를 맞춰도 소용없어요.” 아이의 말에 김예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음이 상한 것도 있었고 아이의 모습이 아들의 어렸을 때 모습과 너무 닮아서였다. 어렸을 때 윤성빈도 이런 모습이었고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하진이는 할머니가 싫어?” 왠지 모르게 너무 슬픈 기분이 들었다. 채하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할머니. 저한테는 할머니가 있어요.” 이게 혈연 때문이라는 것을 채시아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김예화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친손자와 친아들뿐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선물을 가져왔지만 김예화는 모두 아이한테 거절당했다. 옆에서 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