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7화
“시아 씨, 오랜만이네. 많이 변했구나.”
이윤지가 손을 내밀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채시아는 그 손을 잡지 않고 그저 예의 바른 미소만 지었다.
“당신은 별로 변한 게 없네요.”
순간 이윤지의 표정이 굳었고 그녀는 내밀었던 손을 거뒀다.
“괜찮다면 잠깐 밖에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이윤지는 채시아보다 먼저 윤씨 가문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채시아가 윤성빈과 약혼했을 무렵부터 자주 다가와 말을 걸곤 했고 다정한 언니처럼 환하게 웃으며 위로하고 조언해주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채시아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채씨 가문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본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채시아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엔 태생부터 연기자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둘은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이윤지가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거 알아? 5년 전에 시아 씨가 죽었다는 소문 돌았을 때 나 진짜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어. 그때 내가 막 임신했을 때라 충격이 너무 커서 유산할 뻔했잖아.”
성인의 세계란 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혹시 무서워서 그런 거예요? 내가 밤에 찾아올까 봐요?”
채시아는 웃으며 농담 삼아 말했다.
그녀가 윤씨 가문에 시집온 뒤, 이윤지는 단 한 번도 그녀를 곱게 본 적이 없었다. 틈만 나면 채시아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노골적으로 발목을 잡은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때 윤성빈이 해외 프로젝트 도중 실종됐을 때 채시아는 그룹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직접 일가친척과 고위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윤성빈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혼자 두바이까지 날아가 남편을 찾았다.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낯선 땅에서 다행히 윤성빈의 사업 파트너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지원 덕분에 윤성빈의 사업은 무사히 마무리됐고 채시아도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에 정식으로 입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망쳐놓은 사람이 바로 이윤지였다. 두바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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