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채시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원을 바라보았다.
이윤지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처럼 발걸음은 저절로 정원을 향해 움직였다.
정원은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한 그루 계화나무가 은은한 꽃향기를 흩날리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이 향기, 이 분위기... 채시아는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잊고 있었을 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윤씨 가문에 놀러온 적이 있었고 그때 이 정원도, 이 나무도 희미하게나마 눈에 담았던 기억이 났다.
계화나무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시아는 붉은 목재로 지어진 작은 집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
묵직한 나무문이 낮은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순간 채시아는 실내의 풍경을 똑똑히 목격했다.
방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모든 가구와 물건들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 아래에 마치 오래된 비밀을 가리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왜 이윤지는 나를 여기로 보내려 한 걸까?’
의문을 품은 채, 채시아는 조심스럽게 하얀 천 하나를 걷어냈다.
탕!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채시아는 급히 다가가 그것을 주웠다.
액자였다. 허리를 굽혀 들어 올리고 사진을 들여다보는 순간 채시아의 몸이 굳어버렸다.
사진 속에는 두 명의 어린아이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다른 하나는 눈웃음을 띠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닮은 듯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사진 하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형 윤성빈, 동생 윤성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채시아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무언가 더 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그녀는 서둘러 다른 천들을 걷어냈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사진들이 놓여 있었는데 이번엔 두 사람이 성인이 된 모습이었다.
오른쪽의 남자는 깔끔한 정장을 입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