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화

임수아가 그런 말을 꺼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윤성빈이 질투하는지 떠보고 싶어서였고 또 하나는 정말 다른 사람을 만나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도항시에는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자들이 널려 있었다. 지금 그녀의 외모와 지위를 생각하면,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더 이상 윤성빈 한 사람에게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그래.” 윤성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이내 차량은 임수아 앞에서 멀어져갔고 홀로 남겨진 그녀는 억울하고 허망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때, 하이힐 소리를 내며 한예나가 급히 달려왔다. “수아야, 어떻게 됐어? 윤 대표가 거절했어?” 임수아는 침울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아무 말도 안 하더라. 화가 난 것 같아.” 한예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다독였다. “역시 윤 대표 마음엔 네가 있나 봐. 그 귀머거리 채시아만 돌아오지 않았어도 너랑 결혼했을 텐데...” 하지만 그 말은 어디까지나 위로일 뿐이었다. 채시아가 사라졌던 지난 5년 동안, 윤성빈은 단 한 번도 임수아에게 결혼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날 받아주지 않을 거야. 나는 어차피 고아고 윤성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임수아의 눈매에는 깊은 상실감이 어렸다. 한예나도 내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윤성빈이 임수아에게 특별히 잘해준 건 사실이지만 결국 결혼 얘기는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신분 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아야,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우린 부모 덕을 보지만, 넌 너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잖아. 우리 같은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너는 진짜 특별해.” “윤성빈 아니어도 널 원하는 남자는 많아. 그 사람 하나 없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져?” 임수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두 사람 앞에 검은 리무진 한 대가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더니, 부드럽고 잘생긴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한예나는 얼굴을 환히 밝히며 손을 흔들었다. “나 먼저 갈게! 내 남자친구 왔거든. 바이~” 임수아는 한예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