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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재판이 다시 열렸을 때 조나연은 이미 눈물을 말끔히 닦아낸 상태였다. 강재학 앞에서 더 이상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채시아와 윤성빈의 결혼 생활이 어떻게 무너져 갔는지, 그리고 윤성빈이 저지른 냉대의 흔적을 조목조목 진술했다. 새로운 증거는 없었다. 재판장이 곧 판결을 내리려는 순간, 채시아의 목소리가 법정을 가른다. “제가 할 말이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채시아는 잠시 윤성빈을 바라본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바람폈습니다.” 순간, 법정이 고요해졌다. 윤성빈의 눈동자 속 깊은 어둠이 순식간에 거센 파도로 일렁였다. 채시아는 멈추지 않았다. “저와 윤성빈 씨는 처음부터 감정이 없었습니다. 강 변호사님이 말한 대로, 제가 돌아온 뒤 반년 동안 그 사람과 관계를 가진 건 맞아요.” 그녀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휘어졌다. “하지만 그건 복수였어요.”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윤성빈 씨는 저를 아내가 아닌 짐짝처럼 대했어요. 단 한 번도 남편으로서 저를 안아준 적이 없었죠. 그래서 전 그 사람을 증오했어요. 도항시를 떠나 있던 5년 동안, 전 매일 악몽을 꿨습니다.” “그 악몽 속에서 그 사람은 늘 다른 여자를 위해 저를 버렸어요.” 법정 안이 얼어붙은 듯한 정적에 잠겼다. “그래서 전 술을 마셨습니다. 오직 술만이 그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줬으니까요.” 강재학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예상치 못한 반격에 말을 끊었다. “그건 당신이 아직도 윤성빈 씨를 사랑한다는 증거 아닙니까?” 채시아는 피식, 차갑게 웃었다. “사랑? 강 변호사님, 당신이 사랑을 알아요?” 강재학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은 잠깐의 호르몬일 뿐이에요. 그게 사라지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죠.” 채시아는 윤성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요. 한때 윤성빈 씨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한 번, 두 번 수없이 절 짓밟을 때, 마음속 사랑은 이미 사라지고 남은 건 집착과 불행뿐이었어요.” 그녀는 한 발 한 발, 윤성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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