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강재학은 변호사라는 직업 탓인지, 다른 누구보다도 작은 이상에도 민감했다. 그 외국인들이 차를 몰고 떠나는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뒤를 밟았다. 한편, 윤성빈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채시아는 조용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법정에서 그녀가 한 말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 정말 이혼하고 싶어?” 결과를 알면서도 그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네.” 채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덧붙였다. “당신이 이혼만 해준다면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저 자유롭고 싶어요.” 윤성빈의 목구멍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른 질문을 꺼냈다. “법정에서 한 말 전부 사실이야?” 채시아는 순간적으로 숨을 고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녀는 그의 눈을 곧장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여전히 이혼을 거부한다면 정말 전 세계에 말할 거예요. 나,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이건 그녀가 쓸 수 있는 최악의 카드였다. 윤성빈은 체면을 중시했다. 무엇보다 그가 쌓아 올린 선명그룹이 이런 스캔들로 흔들리는 걸 절대 두고 보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윤성빈이 낮게 웃었다. “나를 협박했던 사람들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알고 있지?”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몇 해 전, 어떤 부동산 업자가 있었지. 내게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를 미끼로 땅을 내놓으라더군. 거절하면 회사로 들이닥치겠다고 협박했어.” 그의 목소리는 섬뜩할 만큼 담담했다. “결과가 어땠는지 알아? 그 인간, 결국 강에서 건져 올렸어.” 채시아의 눈이 커졌다. 결혼 초, 윤성빈이 한동안 예민하게 날을 세우던 때가 있었다. 그 후 어느 날 새벽, ‘모 부동산 업주, 강에서 익사체 발견’이라는 뉴스가 떴던 것도 기억났다. 그때 이후로 그는 한결 조용해졌었다.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녀는 어떻게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난 그저 이혼하고 싶을 뿐이에요.” “하지만 난 싫어.” 윤성빈의 대답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단호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