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불과 몇 달이 지났을 뿐인데 임준호와 김선미는 눈에 띄게 늙어 있었다. 눈빛은 흐려지고 그 안에는 깊은 피로가 고여 있었다.
서강준이 찾아오자 두 사람은 별다른 반응도 없이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임지현과 임지안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 유리를 천천히 닦았다.
“장인어른, 장모님. 지안이와 같이 왔어요.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제가 준비할게요.”
서강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정해진 순서에 따라 그들을 챙겼다.
임준호와 김선미는 갑자기 몇 차례 기침하더니 입가에 붉은 피가 번졌다.
그럼에도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수고할 필요 없어. 도우미가 벌써 식사 준비하러 갔어.”
임준호는 헛기침을 한 번 더 하더니 허공을 바라봤다.
“날짜로 따지면 우리 두 늙은이도 얼마 못 버틸 것 같네. 지안이가 병 때문에 그렇게 괴로운 줄 그때는 몰랐어. 도대체 그 애는 어떻게 그걸 견뎌낸 걸까.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정말 어리석은 아이야.”
지안의 이름이 언급되자 임준호와 김선미의 목소리가 서서히 떨렸다.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이 맺혔다.
서강준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뇌리에는 늘 고집스럽게 굴던 임지안의 얼굴이 떠올랐다.
입으로는 미워한다고 말하면서도 눈빛은 항상 따뜻했던 그 모습에 그의 가슴 깊숙이 통증이 번져왔다.
“맞아요. 지안은 정말 바보였어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겨우 올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장모님. 제가 두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겠습니다. 모든 일을 정리해 드리고 두 분이 떠나신 후에 저도 곧 뒤따를 겁니다.”
임준호와 김선미는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게 웃었다.
“우리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강준아.”
그들의 웃음은 마치 죽음을 반기는 사람 같았다.
확실히 그랬다. 임지안이 떠난 그날부터 그들은 하루하루 죽음만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임지안이 생전에 잘 살아달라고 했기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 숨을 붙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같은 병,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