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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 위장병 있어.” 임지안이 갈라진 목소리로 갑자기 입을 열며 나지막이 말했다. “제 몸 상태는 제가 잘 아니까 보고할 필요 없어요.” 그녀는 얼굴을 돌려 서강준의 시선을 피했다. “이 사람은 이런 것에는 관심 없거든요.” 서강준이 비웃음을 흘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네 몸 상태 따위 내 알 바 아니지. 죽지만 않으면 됐어.” 그는 돌아서 막 나오려다 휴대폰이 울리자 멈춰 섰다. “강준아, 지금 어디야? 보고 싶어...” 전화기 너머로 한미주의 달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강준은 병상 쪽을 흘겨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병원이야. 보고 싶으면 여기로 와.” 전화를 끊고 그가 임지안을 보며 조소를 띤 미소를 지었다. “임지안, 나보고 반달 동안 곁에 더 있어 달라고 했었지? 좋아, 네 소원 들어줄게.” 얼마 지나지 않아 한미주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임지안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곧 얌전히 서강준 옆으로 걸어갔다. 서강준은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감아 안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한미주는 수줍게 응하며 키스를 이어갔다. 둘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했고 병상에 누운 임지안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임지안의 얼굴은 창백했고 속은 메스꺼움으로 뒤틀렸다.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의 꽃병을 움켜쥐고 힘껏 내리쳤다. “꺼져! 꼴사나우니까!” 서강준은 재빨리 돌아서 등으로 꽃병을 막았지만 유리 파편은 한미주의 뺨을 그어 가벼운 상처를 남겼다. “강준아...” 얼굴을 감싼 채 한미주가 눈물을 터뜨렸다. “내 얼굴이...” 서강준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했다. 그는 한미주를 벌떡 안아 들며 임지안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상처를 더 건드리지 마! 피부과 과장 불러! 아니, 헬기로 외국 최고 의사들을 다 모셔 와! 지금 당장!” 문 앞의 경호원을 향해 서강준이 거칠게 명령을 퍼부었다. 임지안은 병상에 기대어 서강준이 한미주를 안고 병실을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복도에서 그가 초조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아직도 울렸다. “가장 좋은 약을 준비해! 절대 흉터를 남겨서는 안 돼!” 가슴이 무뎌진 칼날로 반복해 도려내는 듯 아파졌다. 그녀는 주사 자국으로 가득한 손등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한미주는 언니와 얼굴이 닮았을 뿐인데 서강준을 이렇게까지 초조하게 만드는 존재였고 정작 진짜 아내인 임지안에게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위에 또 한 번 통증이 밀려와 임지안은 몸을 웅크렸고 식은땀이 환자복을 적셨다. 그 후 며칠 동안 임지안은 병원에 누워 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약과 멈추지 않는 주사, 위는 칼로 난도질당하듯 아팠다. 그녀는 초췌하게 말라갔고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간호사들조차 가엾게 여겨 몰래 진통제를 더 넣어주곤 했다. 어느 날, 서강준이 어두운 얼굴로 병실을 들이닥쳐 임지안을 병상에서 거칠게 끌어 내렸다. “미주가 얼굴을 거의 망칠 뻔했어.”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기분이 좋아?” 임지안은 힘겹게 몸을 비틀며 말했다. “그냥 살짝 스쳤을뿐이잖아...” “닥쳐!” 서강준이 호통쳤다. “임지안, 내 사람을 건드린 대가는 치러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명의 경호원이 임지안을 붙들어 계단 쪽으로 끌고 나갔다. 그곳 바닥은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가득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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