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당장 가서 막아
노인의 얼굴에 가득했던 의기양양한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뭐?”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갔다고? 나를 만나지도 못했는데 왜 간 거야?”
그는 턱수염을 휘날리며 눈을 부릅떴다.
“저 녀석은 끈기가 너무 없어. 안 돼, 당장 가서 막아!”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는 영상 통화를 끊을 겨를도 없이 바람처럼 밖으로 달려 나갔다.
화면 속 제자의 목소리만 허공에 울렸다.
“교수님! 교수님, 흥분하지 마세요!”
하지만 임가윤은 멀리 가지 않았다.
그저 근처 편의점에 들러 빵을 사 먹고 정성껏 고른 영양제를 들고 다시 회관 문 앞으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 순간, 문을 들어서자마자 엄 교수가 작은 포탄처럼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여전히 기억 속의 장난기 많은 노인이었으나 머리카락은 전보다 훨씬 더 하얗게 변해 있었다.
임가윤은 서둘러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엄태경은 발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의 화초들을 훑어보며 옆에 있던 조교 김지우를 꾸짖었다.
“이 꽃이랑 풀 좀 봐! 다 시들었잖아. 물을 안 준 거야?”
조교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교수님, 요즘 햇볕이 강하긴 하지만 일기 예보에 따르면 내일 비가 온다고...”
“너는 바보냐?”
노인은 턱수염을 흔들며 다시 눈을 부릅떴다.
“비 오기를 기다려? 만약 안 오면? 얘네들이 말라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임가윤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 말에는 분명 다른 속뜻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향한 말임을 직감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영양제를 내려놓고 곧장 물뿌리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화초에 물을 주며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제 잘못입니다. 예전엔 제가 철이 없어서 교수님의 마음을 몰라봤습니다. 다시 만회할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실까요?”
엄태경은 고개를 돌려 조교에게 물었다.
“이 아가씨,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조교는 웃음을 참으며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엄태경은 일부러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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