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내가 입원한 걸 어떻게 알았어?

임가윤은 논문을 펼쳐 몇 장 훑어보았다. 모두 최첨단 AI 신경망 알고리즘에 관한 내용이었고 논증은 흠잡을 데 없이 치밀했다. “잘 썼네요.” “이건 네 남자 친구의 여자 친구가 쓴 거다.” 엄태경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어때, 몹시 분하지?” 임가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논문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제 더 이상 제 남자 친구가 아니에요.” 엄태경은 일부러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 차인 건가?” 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겠지.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어떻게 너 같은 애를 좋아하겠어? 혹시 나한테서 관심받은 걸로 다시 그 애에게 돌아가려는 속셈 아니야?” “아니에요.” 임가윤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저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탓에 잃어버린 전문 지식을 되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요.” 엄태경은 그녀의 맑은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에는 예전의 경솔함은 사라지고 침착함과 비장함만이 남아 있었다. ‘이 녀석, 드디어 집착에서 벗어난 모양이군.’ 정신력도 예전보다 강해졌으니 더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약간 안쓰러움을 느꼈지만 입 밖으로는 여전히 모질게 내뱉었다. “누가 네 말을 믿겠냐, 지방대 졸업생.”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아 나른하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는 제자를 받을 때 기준이 있어. 네 학력은 너무 낮아.” 임가윤은 잠시 멍해졌다. 자신은 줄곧 사과만 했을 뿐 다시 제자로 받아달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일부러 시험하려고 기다리게 한 게 확실했다. 임가윤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억누르고 밝게 빛나는 눈으로 엄태경을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교수님, 저는 대학원에 진학할 겁니다. 세온대에 갈 생각입니다. 다시는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엄태경은 콧방귀를 뀌며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 “일단 생각해 보지.” 그는 눈을 들어 올리더니 느닷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