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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날 어디 계셨어요?

“탁!” 심은숙은 젓가락을 식탁 위에 세게 내던졌다. 늘 온화했던 얼굴에는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고 붉게 충혈된 눈가가 분노를 말해주고 있었다. “여보, 내 딸이 제일 훌륭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어.” 그녀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그를 쏘아보았다. “당신은 가윤이 아버지 자격도 없어!” 임동훈은 체면이 완전히 짓밟힌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자들은 머리만 길고 생각은 짧아! 눈앞의 하잘것없는 것만 볼 줄 알지 사업의 큰 구도나 식견이 뭔지는 알아?” 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당신과는 말이 안 통해! 밥맛이 다 떨어졌어. 저녁에 고객 만나러 가야 해.” 양복 재킷을 움켜쥔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식탁 위에는 곧장 죽음 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심은숙은 이마를 짚은 채 도저히 밥을 넘길 수 없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머니, 치워 주세요.” 임가윤이 담담히 지시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부축해 천천히 저녁 야경이 드리운 정원으로 걸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꽃과 풀 향기를 실어와 긴장된 숨결을 달랬다. 임가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지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후, 심은숙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알아봤더니 큰돈이 해외 계좌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어. 내가 은근슬쩍 떠보듯 물었더니 화를 내며 허튼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구나. 해외 사업 확장 때문이라 둘러대면서 주부인 내가 뭘 알겠냐며 함부로 캐묻지 말라고 했어. 문제라도 생기면 난 책임질 수 없다고...” 심은숙은 고개를 들어 임가윤을 바라보았다. 눈빛 속에는 마지막 희망이 아른거렸다. “가윤아, 임하 그룹 사업이 정말 해외로 확장되고 있는 거야?” 임가윤은 충혈된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임하 그룹의 사업은 단 한 번도 해외로 뻗어나간 적이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어머니 눈 속에 깜빡이던 빛은 산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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