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주주총회에서 혼인 관계 증명서를 꺼내다
주주총회는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길고 지루한 월간 보고가 이어졌고 임가윤은 펜을 돌리며 심드렁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창궁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자 곧장 정신을 집중했다.
“창궁 시스템으로 인해 최근 발생한 손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에 따라 이사회의 초기 결정을 거쳐 우리는 즉시 창궁을 폐기하고 박소혜 부부본부장이 개발한 천궁 시스템으로 대체할 것입니다.”
“잠깐만요.”
임가윤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분한 눈빛으로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창궁은 출시 이후 그룹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렇게 성급하게 폐기하는 것은 기존 사용자들의 신뢰를 저버릴 뿐 아니라 막대한 위약 손실까지 초래할 것입니다.”
임동훈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지며 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가윤, 앉아! 여기는 네가 함부로 발언할 자리가 아니야.”
그러나 임가윤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갔다.
“저에겐 더 나은 방안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제게 단 10분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그룹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방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은 술렁였고 주주들 사이에 빠르게 귓속말이 오갔다.
임동훈이 얼굴을 파랗게 질리며 분노하려는 순간, 주석 옆에 앉아 있던 노쇠한 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임 이사, 이야기하게 하시죠. 우리도 10분쯤 늦어지는 건 괜찮습니다.”
임가윤은 윤 이사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고 곧 노트북을 프로젝터에 연결했다.
화면이 켜지자 전혀 새로운 구조도가 펼쳐졌다.
그녀는 그동안 엄 교수의 저서에서 연구해 온 정수와 스스로 완성해 낸 새로운 구상을 모두 앞에 내보였다.
회의실은 고요에 휩싸였다.
발표가 끝나자 감탄의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반대 의견을 고수하던 노년의 이사들조차 연달아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동훈의 얼굴은 솥 바닥처럼 시커멓게 변했지만 결국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흠, 이 방안은 확실히 괜찮군.”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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