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그 물건의 유래
임가윤은 할머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할머니는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 내려놓았으면 이젠 새출발해야지.”
“우리 손자가 참 괜찮아. 키도 188cm나 되고 어깨도 넓고 다리도 길고 아주 훤칠하게 잘생겼어. 성격이 조금 고약하긴 하지만 믿음직한 놈이야. 내가 두 사람 소개해 줄까?”
할머니의 말에 임가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저 이미 결혼했어요.”
할머니의 웃음이 점차 굳어졌다.
“결혼?”
“네. 혼인 신고만 하고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어요.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그땐 할머니한테 결혼 사탕을 가져다드릴게요.”
할머니는 입을 삐죽거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아쉬워라. 우리 손자는 또 좋은 아가씨를 하나 잃었네.”
말을 하면서 할머니는 임가윤을 쳐다보았다.
“걱정이 많아 보이는데. 다른 일이라도 있는 거냐?”
흠칫하던 임가윤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녀는 엄태경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제자가 되려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어요. 전 프로젝트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지만 그 답에 만족하지 않는 눈치였어요.”
그 말을 듣고 할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창밖의 정성껏 가꾸어둔 꽃밭을 가리켰다.
“저 꽃들을 좀 봐봐. 내가 불필요한 가지들을 자른 것은 꽃들이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난 꽃들이 더 높이 자라서 스스로 닿고 싶은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어.”
그 한마디가 번개처럼 순식간에 임가윤의 머릿속을 갈랐다. 그녀는 늘 선생님을 모시는 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선생님을 모시는 것은 알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그녀가 이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었다.
임가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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